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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퉁의 하루

서울, 외로움 해결 '마음 편의점' 첫 개장...사회관계 안전망 실험

by Sunrise67 2025. 7. 18.

마음편의점
마음편의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세상과 단절되는 느낌이 들어요.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고..."

이런 고민을 혼자 끌어안고 있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중장년층과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외로움'은 더 이상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공공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서울시가 야심차게 내놓은 해법이 바로 '마음 편의점'입니다. 2025년 현재 관악, 강북, 도봉, 동대문 4개 지역에 문을 연 이 새로운 공간은 단순한 상담소를 넘어 우리 사회의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는 실험적 시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외로움이 사회 문제가 된 시대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심각한 사회문제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1인 가구 비율이 30%를 넘어서고, 특히 중장년층 남성의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면서 무연고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외로움은 단순히 마음이 쓸쓸한 정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만성적인 외로움은 흡연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올 정도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우울증, 불안장애는 물론 심혈관 질환, 면역력 저하까지 유발할 수 있어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는 사회적 비용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한 서울시는 2024년 10월 전국 최초로 외로움 예방부터 고립은둔 가구 지원까지 아우르는 종합대책인 '외로움 없는 서울'을 발표했습니다. 마음 편의점은 이 종합대책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외로움 문제에 대한 서울시의 진지한 고민과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마음 편의점'이란 무엇인가

'마음 편의점'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 공간의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기존의 무겁고 진입장벽이 높은 상담소나 정신건강센터와 달리, 동네 편의점처럼 일상에서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이 공간은 전문적인 상담실의 기능을 하면서도 마치 카페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접근성'입니다. 예약 없이도 언제든 방문할 수 있고, 꼭 심각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작은 고민이나 스트레스도 털어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조기에 개입하여 예방 효과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중장년층 고립 문제와 정책 배경

서울시가 특히 주목한 것은 중장년층 남성의 사회적 고립 문제입니다. 직장에서 퇴직하거나 자녀가 독립하면서 기존의 사회적 관계망이 급격히 축소되는 40~60대 남성들이 정신적 위기에 쉽게 노출되고 있습니다.

통계를 보면 이들의 자살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현저히 높고, 알코올 의존이나 우울증 발병률도 급증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복지 시스템은 이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마음 편의점은 이런 사각지대에 있는 중장년층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이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거점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단순한 일회성 상담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망을 구축하고 사회적 참여를 유도하는 장기적 전략의 출발점인 셈입니다.

공간 구성과 운영 방식

현재 운영 중인 마음 편의점은 기존 종합사회복지관 내부에 별도 공간을 마련하여 조성되었습니다. 공간은 크게 '열린 상담실', '감정 체험 부스', '대화 카페'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열린 상담실'은 전문 상담사와 1대1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지만, 기존 상담실과 달리 투명한 유리벽으로 되어 있어 답답하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감정 체험 부스'에서는 VR이나 음악 치료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대화 카페'는 이 공간의 핵심으로, 누구나 편하게 앉아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정기적으로 '마음 토크 모임'이나 '공감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됩니다.

운영 방식도 기존 복지시설과는 다릅니다. 24시간 운영되는 외로움안녕120 전화상담과 연계되어 있고, 정신건강 전문가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운영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이는 지역사회 전체가 외로움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입니다.

 


시민들의 반응과 초기 평가

개장 직후부터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특히 영국 가디언지에서 서울의 마음편의점을 주목하여 보도할 정도로 국제적인 관심도 받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의 후기를 보면 "심리상담을 처음 받아보는데 생각보다 편하고 좋았다", "혼자라는 기분이 많이 줄어들었다" 같은 긍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존 복지 시설을 잘 이용하지 않던 중년 남성들의 참여율이 예상보다 높다는 것입니다.

한 50대 남성 이용자는 "퇴직 후 집에만 있다 보니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여기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아직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완전한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지만, 기존 복지 시스템이 놓쳤던 대상들을 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외로움 정책의 미래: 서울시 모델의 확산 가능성

서울시는 현재 4개 지역에서 시작한 마음 편의점을 2027년까지 25개 자치구마다 1개소 이상 설치할 계획입니다. 또한 대면 상담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AI 챗봇을 활용한 온라인 상담 서비스와 모바일 기반 정서 케어 앱도 개발 중입니다.

이런 서울시의 시도는 단순히 지역 정책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외로움 문제는 전국적인 현상이고,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서울시 모델을 참고하여 유사한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외로움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국이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를 신설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외로움을 국가 차원의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로움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전 예방적 접근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자살률 감소, 정신건강 증진, 의료비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정책적 투자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평가됩니다.


중년 재테크보다 중요한 '관계 재테크'

흔히 중년이 되면 노후 준비를 위한 재테크에 집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관계의 자산'을 쌓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여유로워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면 진정한 행복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음 편의점은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상담 공간이 아닌, 중년의 삶을 지탱하는 새로운 형태의 '관계 재테크'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이 새로운 취미 활동으로 이어지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 이번 실험이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외로움 없는 사회, 누구나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에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혹시 요즘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분이 계시다면, 가까운 마음 편의점에 한 번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작은 용기 하나가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 마음편의점 문의: 다산콜센터 02-120 → 5번(외로움안녕)
24시간 365일 운영 / 현재 관악·강북·도봉·동대문 4개 지역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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